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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누구나 들어가는 ‘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평화와함께 2021. 11. 3. 16:19

죽으면 누구나 들어가는 ‘관’, 어떻게 만들어질까?

평화누리 광주1공장을 가다

 

▲ 평화누리 작업자들이 관에 쓸 판재를 다듬고 있다. 판재는 중국 공장에서 1차 가공돼 수입된다.

 

사람이 살아서 부유했든 가난했든, 지위가 높았든 아니면 평범한 소시민이었든 죽으면 누구나 한번은 꼭 들어가야 하는 게 바로 관이다. 그러기에 관을 만드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관을 만든다면 왠지 꺼리거나 낯설어한다. 11월 위령 성월과 2일 위령의 날을 맞아 관을 제작하는 평화누리 광주1공장을 찾았다. 관을 통해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면서 자기 죽음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평신도와 성직자를 위한 관 제작

“목재가 들어오면 재단을 합니다. 이어서 밀고 다시 표면을 깨끗하기 위해서 샌딩 작업을 하죠. 또 45도 각도로 쳐서 조립할 수 있게끔 다시 재단하고요. 그다음에 들어가는 작업이 조립입니다. 조립이 완성되면 목공작업이 끝나게 됩니다. 조립이 끝난 관은 도장작업을 하게 됩니다. (관을 짜는) 목공에서만 3일 정도, (샌딩과 칠을 하는) 도장 과정이 2~3일이 걸립니다. 관을 제작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관을 조립하던 평화누리 정용수(베드로) 책임(과장)은 관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관 제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관을 제작하는 첫 단계인 목공 작업은 지게차에 관을 만들 판재를 실어오는 것으로 시작됐다. 판재를 내린 작업자들은 규격에 맞게 자르고 거칠거칠한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을 진행했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으면 손이 찔리거나 칠을 할 때 색이 제대로 먹지 않기 때문에 꼼꼼한 점검이 필수였다. 그 다음은 조립할 수 있게 목재를 45도 각도로 자르는 작업, 그리고 관 조립이 이어졌다. 조립은 가공된 판재에 접착제를 칠하고 기계를 이용해 고정한 뒤 주요 부위에 나무못을 박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평화누리에서는 화장의 특성과 환경적 요인을 고려해 쇠못을 쓰지 않고 있다.

관은 1회 작업 때마다 45개씩 한꺼번에 제작한다. 관 45개를 3일 동안 조립하고 이어 다시 칠하고 말린 후 제품을 포장해 출하한다. 이곳에서 제작되는 관은 1년에 평균 8000여 개다. 판매되는 관은 화장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의 경우 매장용 관이 503개, 화장용 관이 7557개가 출하됐다. 일반인용 관, 그리고 서울대교구와 수원ㆍ인천ㆍ의정부ㆍ춘천ㆍ원주교구 사제들이 선종했을 때 사용하는 관도 이곳에서 제작한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관도, 지난 4월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관도 광주1공장에서 제작됐다.

정용수 책임은 “정진석 추기경님이 당시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해서 미리 관을 만들었다”며 “관을 미리 만들면 여름, 겨울이 온도가 달라서 나무가 틀어질 수 있지만 최대한 신경을 써서 만들다 보니까 틀어짐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 문장도 직접 새기고 칠도 하며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다”며 “정진석 추기경 관을 제작한 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 작업자들이 제작이 끝난 관을 옮기고 있다. 관은 이 창고에서 보관하다 주문이 오면 출하된다.

 

환절기에 관 수요 늘어

관에 사용되는 목재는 삼나무, 오동나무, 향나무, 소나무로 중국에서 1차 가공을 거쳐 수입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목재는 오동나무로 대부분 화장용으로 출하된다. 고급 수종인 삼나무와 향나무는 주로 매장용이다. 사제용 관은 삼나무를 쓴다. 난대수종인 삼나무는 전량 외국에서 수입한다.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수입하다 수급이 좋지 않아 최근 일본으로 변경했다. 화장용의 판재 두께는 18㎜와 30㎜, 매장용은 45㎜로 매장용 관이 더 두껍다. 소재별로는 오동나무관, 삼나무관, 소나무관 순으로 무겁다. 오동나무관은 25㎏ , 삼나무관은 50㎏ 정도의 무게가 나간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아동용 관도 있다. 정 책임은 “6살 아이까지를 위한 관도 따로 제작하고 있다”며 “한창 뛰어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동용 관을 만들 때면 마음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다.

관 뚜껑에는 문양을 새겨야 한다. 추기경과 주교용 관은 문장이 각각 달라서 문양을 받아 관에 새기지만 사제용 관은 모두 십자가 문양을 사용한다. 일반인용 관은 국화와 장미, 십자가 등이 새겨진다. 회원 중에 가톨릭 신자가 많은 평화상조의 특성상 십자가 문양을 새긴 관이 많이 나간다. 제품 중에는 화이트로즈관과 하늘문관이 많이 팔린다. 관이 많이 나가는 시기는 환절기와 관련이 깊다.

오영복(마르코) 책임(차장)은 “아무래도 환절기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시는 것 같다”며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5월에서 8, 9월까지는 관이 덜 나가고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요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 장례 미사 후 운구 행렬이 화장장을 향해 떠나고 있다. 관에 잠든 고인의 육신은 화장 후 납골함에 모셔진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광주1공장의 시설규모는 총면적 1만 4877㎡, 각 330㎡으로 지어진 공장이 5개 동이다. 현장에서는 작업팀과 출하팀을 합쳐 총 7명이 일한다. 모두 세례를 받았기에 관 만드는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그러기에 외국인 근로자가 없다. 1~2년 안에 관 만드는 일을 배울 수도 없고 단기간 근무로는 숙련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경력자들로 구성된 작업팀은 호흡이 척척 맞는다.

평화누리 업무협력팀 나인규(요셉) 부장은 “상조회사에서 자체 장례용품 공장을 가지고 있는 곳은 평화누리 밖에 없다”며 “서울대교구와 수원ㆍ인천ㆍ의정부ㆍ춘천ㆍ원주교구에서 사제가 선종했을 때 즉각적으로 관 등 장례용품을 준비해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자랑했다.

나무를 자르는 작업이 많다 보니 공장에서는 안전이 필수다. 정용수 책임은 “기계에 손 등이 말려 들어가면 크게 다치기 때문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하고 있다”며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 중 가장 어려운 점은 날씨와 환기다. 여름 장마철에는 습기가 많아 판재의 표면을 가는 샌딩 작업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톱밥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추운 겨울철에도 문을 열고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젊은 기술자 확보와 가격 경쟁력 확보는 늘 고민거리다. 오영복 책임은 “요즘 이런 일을 젊은 세대들이 안 하려고 해서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며 “인건비와 자재비 등은 올랐는데 관 등 제관 값은 그대로인 것도 힘든 것 중 하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현장의 작업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관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용수 책임은 “고인들을 위해 용품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관은 일회용이지만 고인이 마지막으로 쓰는 물건인 만큼 최대한 깨끗하고 정성을 들여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