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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상조 바가지, 끼워팔기 기승 소비자 주의 필요

평화와함께 2021. 3. 31. 09:43

후불제 의전의 공세, 이대로 좋은가

후불제 상조 바가지, 끼워팔기 기승 소비자 주의 필요

 

 

김성태 기자   기사입력 2021/03/31 [08:32]

상조산업이 7조원 대 시장으로 거듭났지만 그 성장통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할부거래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지자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후불제 의전이 성행하고 있다. 법적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던 후불제 의전업체가 오늘날 장례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무시못할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일견 자유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으나 문제는 이들의 마케팅 방식이 지나치게 저열하고 또 왜곡됐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행사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향후 끼워팔기 강요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곳도 적지 않아 소비자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후불제 의전업체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 몇 년 간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를 비방하는 과도한 마케팅을 지속해오면서 급기야 여론을 뒤집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디어 공세까지 퍼부으며 장례산업의 일익을 담당하는 업종으로 성장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상조’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상조업체를 압도하는 수의 후불제 의전업체 링크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기존 상조업체가 지켜내지 못한 소비자 보호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는 듯 하지만 실제 면면을 살펴보면 반대의 상황이 나타난다. 상조상품 대비 저가행사를 빌미로 소비자를 유치하고 실제 행사를 진행하면 끼워팔기와 같은 악습을 부활시켜 막대한 소비자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후불제 의전업체를 살펴보기 이전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이들의 등장 배경이다. 후불제 의전업체는 할부거래법 개정 이전인 2010년까지 상조업을 운영하다가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 대부분이다. 물론 전문 의전업체도 꾸준히 존재했으나 직접적인 ‘후불제’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2010년 이후부터다.

 

때문에 후불제 의전업체는 자본금 규모조차 불분명한 영세업체가 다수를 이루고 있으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탓에 소비자 피해보상 의무에서 자유롭고, 회계감사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불제 의전업체의 불안한 재무구조는 결국 끼워팔기 강요로 이어지게 됐고, 상·장례 산업을 더욱 음지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후불제 의전업체는 그 수만 하더라도 상조업체보다 많은 100여 곳을 훌쩍 넘기고 있으며, 폭발적인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즉 상조업체의 구조조정이 계속됐던 혼란을 틈 타 후불제 의전업체가 ‘상조’의 대안을 자처하면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 2019년 중앙언론 매체인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헬스조선이 ‘3일의 약속’으로 후불제 시장에 뛰어들면서 여론전에 더욱 불을 지폈고, 결국 주요 포털에서 ‘상조’라는 단어 마저 이들 것인 양 잠식해나가고 있다.

 

저가 내세운 후불제 의전업체, 물품 강매 등 실제로는 상조보다 비싸다

 

그렇다면 후불제 의전업체는 과연 안전할까. 법적 규제를 준수하며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7조원 대 시장으로 성 장한 상조시장의 대체제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결론은 누구도 장담키 어렵다. 후불제 의전업체의 경우 아무런 법적 규율을 받지 않는 탓에 데이터가 없어 안전하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고, 반대로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 역시 찾을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현재의 후불제 의전업체가 취하는 판매방식을 비춰보면 결코 상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마케팅 논리는 과거 상조업체의 폐업 사례를 열거하면서 선불식 할부거래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돈을 납부할 필요가 없고, 따라서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이와 함께 상조상품 패키지 가격 390, 460만원 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100만원 대, 200만원 대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경제적 이점이 높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는 기존 상조업체와 같이 영업사원에 대한 모집수당이나 각종 관리비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해당 가격으로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는 일견 상당한 구매력을 갖춘 것처럼 보여지지만 문제는 ‘실제’로 행사를 치렀을 때 발생한다. 저가구성의 상품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저렴한 장례용품으로 구성돼있으며, 이는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물품 강매로 이어지고 있다.

 

후불제 의전업체 A사의 139만원 상품의 구성을 살펴보면 1급 장례지도사 1명, 입관도우미 1명, 앰뷸런스 관내, 장의버스 왕복200km, 오동나무 관, 화장용수의, 수시용품, 부고서비스, 고인 메이크업, 관 꽃장식, 여자상복, 장례 행정안내, 장지상담 등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장례행사 진행 시 반드시 필요한 장례식장 의전도우미는 전혀 없고, 남성 상복도 선택사항이며, 고인전용 리무진도 빠져있다. 이러한 내용은 상조상품 패키지에는 포함돼있다.

의전도우미와 남성상복, 고인전용 리무진을 추가하면, 비용은 300만원으로 크게 상승하며, 여기에도 꽃 제단장식, 헌화용 꽃, 유골함, 일회용품 등 상조회사의 기존 상품구성에 들어있는 항목들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 업체의 경우 관과 수의 등 주요 장례용품의 원산지와 재질, 사이즈 등의 표기도 나와 있지 않았고,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판매했다. 또 다른 후불제 의전업체 B사의 190만원 상당 상품을 살펴보면 장례지도사 2명, 관, 수의 등 고인용품 장례용품, 장례 도우미 2명, 진공유골함, 관내 앰뷸런스, 장의버스 왕복 200km, 고인메이크업, 온라인 조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업체의 기본형 상품 또한 남녀 상복과 헌화용 꽃 등 가장 기초적인 구성부터 패키지에 포함돼지 않았으며, 고인전용 리무진 등의 서비스도 빠져있었다. 일반적으로 흔히 선택하는 장례도우미 3명, 남녀상복 각각

5벌, 헌화꽃, 고인리무진 왕복200km 등을 추가하게 되면 약 300만원으로 상품가격이 상승해 사실상 상조상품의 스탠다드 상품가격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업체 역시 A업체와 마찬가지로 관과 수의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나타나있지 않았다. 특대관, 규격관 등 모호한 표현으로 돼 있었고, 제단의 꽃 장식이나 일회용품 등 장례 진행 시 필요한 기본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등도 없었다.

 

이러한 누락된 서비스는 대부분 소비자의 추가용품으로 들어가게 되며, 이 과정에서 사전 설명을 듣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법망 벗어난 후불제 의전업체, 홍보관 피해도 증가

가입 당시와 서비스 제공 후가 천차만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후불제 의전업체를 규율하는 감독기관이 없는 탓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소비자원이나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후불제 의전업체가 내세우는 가격경쟁력 역시도 최근 몇몇 상조업체가 실속형 상품을 내놓음으로써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상조업체들은 소비자가 불필요하다 느끼는 용품에 대해서는 패키지에서 제외하거나, 처음부터 필요한 용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하고 있고, 여기에 선수금 예치, 소비자 피해보상기관 가입 등 안전장치의 마련으로 후불제 의전

업체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법망에서 자유로운 후불제 의전업체의 특성상 바가지 행태 등은 물론, 홍보관 영업도 물의가 된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홍보관 상술 피해 사례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홍보관에서 수의 금액 148만원을 일시 납부하고, 향후 450만원을 후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충동 계약임을 인지한 피해자가 한달 후 사업자에게 계약 해지와 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가 30%를 공제 후 환급 하겠다고 답변했다.

 

소비자원은 최근 3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홍보관 상술 관련 소비자 상담이 총 4963건으로 나타났고, 이 중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례는 총 330건으로 매년 소비자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홍보관 상술 관련 피해구제 사건 중 신청인 연령이 확인된 327건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27.8%(91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60대 이상 고령 소비자가 25.1%(82건)로 뒤를 이었다.

피해구제가 신청된 330건의 피해유형을 분석한 결과, 앞선 사례와 같이 홍보관에서 충동적으로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고 대금환급을 요구했으나 사업자가 거절하는 등의 ‘계약해지’관련 사례가 44.8%(148건)로 가장 많았고, ‘계약불이행’ 15.5%(51건), ‘부당행위’ 12.4%(41건)순이었다.

 

홍보관 상술의 경우 사업장을 단기 대여해 물건을 판매하고 잠적, 주소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주소지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계약해지 시 어려움이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또한 홍보관 상술로 피해가 가장 많았던 품목이 상조서비스(60건)로 나타났다며, 과거 건강식품에 국한됐던 피해품목이 최근 다양한 서비스까지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후불제 의전의 횡포, 피해는 상조업체에 고스란히 전가

 

이러한 후불제 의전업체의 횡포는 상조업계 내부의 시각에서 보기에 별개의 업종으로 치부할 수 있으나 소비자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든, 후불제 의전업체든 모두 ‘상조’를 표방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불제 의전업체로 인해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기존 상조업체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후불제 의전업체에 대한 감독이 어렵다면, 적어도 이러한 용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잡음을 막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는 2021년 중점사업 중 하나로 무등록 후불제 의전업체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와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한 각종 신뢰 회복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헌준 회장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강화해 모든 종사자들이 현장에서 당당한 마음으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나아가 업계의 자정노력을 통해 윤리경영과 공정한 시장거래 확립에 앞장섬으로써 상조산업의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 할 것이다”며 “종사자 전체의 지혜를 모아 산업 발전을 위한 건설적 대안을 정부에 제안하고, 협회 차원의 전문적 연구 용역 발주와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선진화된 상조산업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