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부터 생화를 재사용해 만든 화환을 판매할 때는 반드시 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한 ‘재사용 화환 표시제’가 시행된다.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면서 화환의 재사용이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졌던 화훼산업의 생태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이를 통해 최소 6번 이상 재사용되고 있었던 장례식장·예식장의 화환 품질이 개선되고, 정상 화환과 동일한 가격을 지불하고 재사용 화환을 구입해야했던 소비자 피해도 근절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700여 만 개의 화환이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20∼30%가 재사용 화환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장례식장·예식장에 쓰이는 화환은 기본 6회 이상 재사용되기도 하며 일각에서는 몰래 화환을 훔쳐다 재판매하는 절도 행위까지 벌어지는 등 사회적 물의가 돼왔다.
이로 인해 신선한 꽃이 아닌 상품가치가 훼손된 꽃을 정가에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의 경제적 피해가 적지 않고, 장례식장·예식장과 같은 인륜지대사를 추모 혹은 기념하기 위해 바쳐지는 꽃의 의미마저 퇴색되는 등 화환 재사용으로 인한 폐해는 화훼업계의 불편한 진실이자 곪아버린 환부로 회자됐다. 따라서 ‘재사용 화환 표시제’는 재사용 여부에 대한 소비자 알권리 확대, 화환 유통질서 개선, 건전한 화환 문화 조성, 화훼농가 및 관련 업계 등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환영을 받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화훼산업 육성 및 화훼문화 진흥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5년마다 화훼산업 육성 종합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화훼산업의 정확한 기초자료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통계 작성과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화훼생산이 규모화 되고 화훼 관련 생산·유통·판매시설 등이 집적화 된 지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화훼산업 진흥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화훼의 생활화, 이용 촉진, 원예치료나 화훼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을 통한 화훼 소비 촉진과 생활 속 화훼문화 진흥을 위해 정부가 화훼문화진흥 전담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화원을 육성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생화를 재사용한 화환을 판매하는 자 등이 해당 화환에 재사용 화환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재사용 화환 표시제’에 힘을 실었다. 이를 위해 농가소득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재사용 화환을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손상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한편, 재사용 화환의 구체적인 표시사항과 표시방법 등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폭넓은 논의를 통해 하위규정 마련 시 규정할 예정이며, 재사용 여부에 대한 효과적이고 구체적인 검증 기법 등도 마련토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 소비 등 전반적으로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관련법 제정으로 화훼산업 정책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모든 화훼인들이 농가의 소득 증대, 화훼 관련 일자리 창출 등 화훼산업이 활력을 찾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관련 전문가, 단체, 지자체 등 의견 수렴을 통해 하위규정을 마련하고 화훼산업 육성 종합계획도 마련하는 등 화훼산업이 고부가가치 성장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사용 화환 표시제 도입에 소비자 환영
업계 “관련 신고·단속 철저히 이뤄질 수 있어야”
한편, 국내 화훼 생산액은 2005년 1조 100억 원에서 2017년 5600억 원 규모로 위축됐다. 수출액 역시 2005년 5천200만 달러(약 631억 원)에서 지난해 1천 900만 달러(약 230억 원)로 감소했다. 이러한 화훼산업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분별한 재사용 화환이 품질 하락과 가격의 왜곡을 불러일으킨 이유도 없지 않다. 특히 이러한 재사용 화환의 실태는 꽃 시장에서의 문제라기 보단 막대한 부를 축적한 유통업자로 하여금 거품이 낀 것이 주된 이유다.
일찍이 이러한 사태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화원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는 분리형 신화환의 도입이나 화환의 실명제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문제를 해소하도록 노력해왔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6만 원짜리 화환, 4만 원짜리 화환이 등장하면서 더욱 화환 판매자 간의 경쟁만 촉진시킨 형국이다.
한편, 이번 법안의 시행을 두고 소비자를 비롯해 장례식장 등의 주된 화환 이용처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정작 화훼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물론 이는 화훼 농가를 살리기 위한 종합대책에 대한 부분이지, 재사용 화환을 제재하는 제도에 대한 반응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화훼 산업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박부돌 한국플로리스트협회 이사장은 “재사용 화환제가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실명제가 꼭 이뤄져야 한다”며 “어디서 보냈는지 알 수 있어야 단속도 할 수 있고, 거짓 표시를 한 경우 제대로 된 신고와 단속을 할 수 있게 신고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연숙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부회장은 “행사장에 가면 조화가 너무 많다”며 “그런 면에서 재사용 화환표 시제에 대해 소비자들도 환영한다”고 부연했다.
제도의 시행까지 남은 기간은 5개월 남짓, 아무쪼록 화훼산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